체리향기 #결말 해석과 명감독별 상상의 매조질

 

 

 

Ta'm E Guilass(Taste of Cherry), 1997

 

 

  체리 향기 출연진
버디 / 호마윤 엘샤드

군인 / 압신 코르시드 바크티아리
신학도 / 미르 호세인 누리
노인, 바게리 / 압둘라흐만 바그헤리

감독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수상 / 1997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체리 향기 줄거리 정보

 

 

바디는 죽기로 결심한다. 수면제를 먹고 누운 자신의 위로 흙을 덮어 줄 사람을 찾기 위해 천천히 자동차를 몰고 대상을 물색하는데 자신의 뜻을 실현시켜줄 만한 사람에 접근해본다.

인력시장에서 아침부터 일을 구하는 인부들, 폐비닐 쓰레기를 모아 입에 근근이 풀칠하는 노숙인, 외딴곳에서 홀로 숙식하는 경비 등 생활이 다소 궁핍해 목돈의 대가라면 자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 만한 사람이 그의 타깃인 것이다. 그러나 자살방조죄를 저지를만한 인물을 찾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미션인 게다.

 

 

 

 


바디는 말동무나 할 겸 부대로 데려다주겠다는 명목으로 한 뚜벅이 군인을 태운다. 자신의 군 복무 시절 과거 이야기를 쉼 없이 쏟아내며 포문을 연 뒤 서서히 본론으로 들어간다. 흙을 덮어주는 조건으로 6개월치 봉급인 20만 토만을 제안하는데 애띈 얼굴을 한 청년은 겁에 질린 나머지 사색이 되어 줄행랑친다.

 

 

 

 


다음 타깃은 학교에서 여름 내내 일하고 2천 토만을 받아 등록금을 충당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유학 온 가난한 신학자로 또다시 죽음의 조력자가 돼줄 것을 제안하게 되지만 '육신이란 신께서 인간에게 위탁한 것이므로 인간은 육신을 학대하면 안 된다'라고 코란 교리를 펼치며 바디의 의지를 꺾으려 든다.

 

또다시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바디. 하지만 결국, 이러한 제안을 수락하는 인물이 곧이어 나타난다.

 

 

 

 


아들의 병원비가 필요한 이 노인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이유가 가족 문제 거나 금전 문제일 거라며 넘겨짚고는 사연에 대해 더는 묻지 않는다. 그러나 뭐든 잘 생각해보면 해결책이 있을 거라며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을 돕지 않는다라고 충고를 뱉는다.

오래전 마음의 병을 앓던 시절, 노인은 죽기로 결심한 날 우연히 손에 닿은 탐스럽게 잘 익은 체리를 맛보고 살기로 결심했던 그날에 대하여 털어놓게 되고 허름한 노인과 함께 황폐하고 구불구불한 사막의 초행길을 달리던 바디의 가슴에서는 무언가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노인은 자연사박물관의 박제사로 굳이 그의 직장으로 찾아간 바디. 자신의 제안을 수락한 것에 대해 번복이 없는지 재차 물으며 확답을 받고 돌아서지만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운동장을 뛰노는 아이들과 매캐한 모래바람 아래로 떨어지는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결전의 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집을 나선 바디는 자신이 파놓은 구덩이 속에 몸을 뉘이고 구름 안에 가려져 언뜻언뜻 밝은 빛을 뿜어내는 달을 하염없이 바라만 본다.

 

 

 


 

죽음의 조력자와 생사의 역설

 


전장에서 적군을 죽음에 몰아넣을 수도 있는 군인,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에서 영생을 향한 믿음을 택한 신학도, 생명을 앗아 죽음을 영속하게 만드는 박제사. 차에 태운 세명의 죽음의 조력자 후보들은 모두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

군인과 신학도는 죽음을 도울 수 없다며 바디의 제안을 거절하는데 명령의 의한 살상을 하는 군인, 신의 뜻으로 영생을 믿는 신학도는 각기 조직이 되었건 신이 되었건 죽음에 관하여 타자성을 띄고 있다.

하지만 박제사만은 죽음의 조력자가 될 것을 수락하는데 동물을 살생해 육신만을 남기는 박제사의 일은 주체적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죽음의 사도로서의 본분이 명징하다. 이러한 박제사 노인이 바디(육신)의 삶에 긍정성을 불어넣는다는 점이 역설적인 것이다. 

또한 박제사의 등장은 화자에서 청자로 전환되는 시점이기도 한데 세상의 그 어떤 이야기도 듣지 않으려 했기에 절망한 주인공이 세상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터키인과 의사 이야기

 

 

차 안에서 노인 바게리 씨는 주인공 바디에게 뜬금없이 터키인과 의사가 등장하는 우화를 들려준다. 머리와 다리, 배 그 어느 곳이라도 손가락으로 만지면 몹시 아프다고 털어놓는 터키인에게 의사는 "몸은 괜찮은데 손가락이 부러졌다. 다른 곳에는 문제가 없다. 마음에 병이 든 것이다."라는 뼈 있는 충고였다.


허름한 옷차림으로 차에 올랐던 노인의 모습과 달리 그의 직장으로 찾아가 목격한 노인의 모습은 판이하게 달랐다. 권위 있어 뵈는 말쑥한 의사 가운을 차려입은 바게리 씨의 모습을 목격한 바디가 그에게 의사 가운이 잘 어울린다는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이는 애초에 세상을 보는 시각이 잘못되었음을 빗대고 있고 가운을 차려입은 박제사는 마치 이야기 속 의사처럼 보인다.

 

 

 

 

다른 길을 권하는 노인

 


공사장에서 모래폭풍을 맞으며 멍 때리는 바디의 모습은 그의 무너져 내린 삶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데 이후 곧바로, 언제 탔는지 모르지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노인은 이때, 화면 밖 목소리로만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아는 길이 아닌 자신이 아는 길로 가자며 모르는 길로 바디를 인도하며 길 안내를 시작한다. 이 장면은 죽음의 길에서 삶의 길로 전환되는 장면으로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다른 길이 반드시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배경이 전하는 은유

 


구불구불한 흙길

: 굴곡진 삶의 은유

황무지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공사현장

: 이런 환경에서도 누군가는 굳건히 성장해나간다.

바퀴 빠진 차를 들어주는 사람들

: 누군가는 당신의 삶에 이유 없이 선의를 베풀기도 한다.

형형색색의 아이들

: 폐허에도 꽃은 핀다.

체리의 맛 (체리 향기)
: 삶의 달콤한 순간

 

 

 


would you plz 묻어주쉴?

 

스릴러가 아님을
영화 중반까지도 몰랐다 ㄹㅇ



엉뚱한 쌉소리처럼 느낄 수 있겠지만 죽음의 조력자를 찾아 무명의 누군가를 자신의 차에 태운다는 설정 자체가 약간 사이코드라마 같기도 하고 묘하게 스릴러물처럼 느껴졌다. 감정이 읽히지 않을 만큼 무표정한 회색 낯빛의 바디의 표정이 그랬고 조건 없이 동승을 권유하는 것이 21세기에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서이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가 90년대이고 배경인 이란(Iran)에서는 문화권 특성상 동행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지 않는 이상 아무런 의심 없이 험악하게 생긴 중년 남성의 차에 올라탄다는 것 자체가 괴랄해 보이기 만무하다. 

동승자들이 모두 동성이라 그런 의미로 퀴어무비 같은 느낌을 받았고 더 나아가 주인공은 동성을 노리는 성범죄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스토리도 연출에서도 Just 로드무비 형태로 다른 의도는 없어 뵌다. 그러나 노인 이전의 두 명에게는 주인공이 상당히 고압적인 태도여서 후달달 쫄리는 느낌은 어쩔 수 없어버림.

 

 

 

 


스스로 명을 달리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조력자를 찾아 헤매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은 영화 속에서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사람의 속마음은 정말로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고독 해소 차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친구가 필요했고 더 나아가 삶의 영속을 설득해줄 누군가가 절실해 차에 태웠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은 가능하다. 

찐이 나타난 이후로 이거 잘하면 ㄹㅇ 뒤지겠구나 싶어서 깨갱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불순분자) 사실 결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셀프묏자리에 누워 달빛을 바라보며 뭔가 전보다 상당히 그렁그렁해진 눈동자만을 굴려대는 것으로 삶의 영속을 유추할 순 없는 일이니 이거슨 열린 결말로 제멋대로 해석해본다.

 

 

 

 

상상의 매조질

 

 

체리 향기는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이고 명작 반열에 오른 작품이니

칸이 사랑하는 명감독들의 스타일대로 엔딩을 구연해 본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ver
: 팬터마임처럼 체리 하나를 입에 문득 먹는 시늉을 하며 조용히 눈물을 뚝뚝 흘린다.

  드니 빌뢰브 ver
: 본인 집 마당 체리나무 아래에서 잠이 깬 바디 씨가 집안으로 들어간다. 신학자가 된 바디 씨를 추측케 하는 전화 한 통이 걸려오고 20대 군 복무 시절 자신과 체리나무에서 목을 맨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액자 속에 걸려있다.

  코엔 형제 ver
: 죽음의 조력자 세 사람이 예상과 달리 셀프묏자리로 모두 와서 대기 타고 있는데 청탁금을 갖고 저들끼리 개싸움이 벌어진다. 정신이 번뜩 난 바디 씨는 이 셋을 조져(우연과 필연으로) 싹 다 매장하고 그 자리에 체리나무를 심는다. 

  짐 자무쉬 ver
: Eagle Eye Cherry의 Save Tonight 곡이 엔딩 음악으로 깔리며 선글라스를 쓴 바디 씨가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황무지를 내달린다. 크~ 차오른다, 가자!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ver
: '체리달링'이라는 이름을 가진 헐벗은 여자가 갑툭튀. 자신의 랜드로버를 뻥튀기고 어디서 끌고왔는지 모를 낙타 한마리에 동승할 것을 요구, 이 둘은 모래사막 속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홍상수 ver
: 바디 씨는 사실 영화감독. 체리 한 보따리가 담긴 까만 비닐봉지를 호감 품은 여성의 집 앞에 걸어두는 사이 그녀의 남편이 다가와 "누구세요?"라고 묻는다.

  기타노 다케시 ver 
: 무덤으로 향하려는 바디의 집으로 야쿠자 대여섯 명이 찾아와 막무가내로 줘팸. 하지만 바디는 중간보스로 싸움을 개잘함. 올 클리어 후 피떡이 된 얼굴은 체리빛이 되었지만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거실 바닥에 누워 쓴웃음을 짓는다. 

  라스 폰 트리에 ver
: 무덤에 찾아온 노인 바게리에게 돌연 자신을 박제해줄 것을 부탁한다. 눈알 홈에 체리 과육을 심어놓고 한참을 전시한다. 배경으로 악마를 뜻하는 염소 떼가 지나감. 

 

 

결말이 싸다 끊긴 느낌이라 그.......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