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체앤가바나, RBW 그리고 동북공정

 

트위터에서 RBW 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한 마마무 멤버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화사의 돌체 앤 가바나(Dolce&Gabbana) 광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불과 3년여 전 장안동에서 곱창먹방을 하던 그녀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뮤즈로 성장한 것을 보면서 새삼 놀라웠음. K뷰티적이지 않고 동양적인 그녀만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 역설적으로 탈K적인 느낌을 받았다. 멋있음.

 

 

Dolce&Gabbana 서울스토어 마마무 화사 영상

 

 

거슬러 올라가면 2018년 돌체앤가바나는 중국 패션쇼를 앞두고 한 영상물을 올렸다가 인종차별 논란으로 큰 곤욕을 겪게 된다. 중국 여성 모델이 젓가락으로 피자와 스파게티를 서툴게 먹는 장면이 담긴 홍보물이 었는데 비하로 느낀 중국인들이 해당 광고를 강하게 질타하면서 D&G는 중국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당하게 된다. 이후에 어설픈 해명과 반성의 기미가 조금도 없이 SNS에 이죽거리는 모습을 시전하면서 레이시즘 논란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일순간 중국시장을 잃은 돌체앤가바나에서는 엄한 곳에 화풀이하기 시작했는데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다이어트 프라다'라는 해외 패션 블로거에게 약 6억 달러에 준하는 명예훼손 고소를 해 이탈리아 법원에서 진위를 가리기도 했다. 그게 불과 작년 여름 이야기인데 이후에 판결은 어떻게 났는지 모를 일임.

 

 

당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Dolce&Gabbana 중국 광고

 

여하튼 돌체앤가바나는 십여 년 전 KCM과 비, 권상우의 챔피언 벨트 패션 이후로 줄곧 타 명품 브랜드에 밀려 내리막을 걷다 이러한 레이시즘 문제로 아시아 시장에서 영구 퇴출되며 추억의 브랜드가 되는 듯싶었으나 2021년 돌체앤가바나는 브랜드 뮤즈로 요즘 가장 핫한 여성 아티스트인 화사를 기용했고 이정재, 최지우, 김선호, 뉴이스트 백호, 몬스타엑스 셔누까지 최근 한국의 쟁쟁한 탑스타를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극적 회생을 노리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오스카 후보로 선정된 윤여정에게 축전을 보내고 의상을 협찬하면서 아시아 시장 탈환과 브랜드 이미지 쇄신으로 글로벌 컬처 파워를 선점한 한국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국인 비하와 아시안 비하는 별반 다르지 않지만 자본 앞에 장사없는 K의 종특인지 탈아시안적 모먼트인 한국인의 '스페셜'함으로 거리두기가 가능해서인지 뭔가 대혼종 서사가 그려지는 가운데에도 결과적으로 D&G의 마케팅 전략은 영리하다고 볼 수 있다.

 

 

돌체앤가바나의 미나리코인

 

 

앞서 이와같은 설명을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마마무의 소속사인 RBW가 관리하는 공식 오피셜 인스타그램에 영어와 중국어로 '하나의 중국' 지지글이 올라와서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글은 2시간가량 게재된 이후 현재는 삭제되었다.

 

정치적인 문제와 입장을 차치하고서라도 사실 상당히 뜨악했다. RBW의 메인 아티스트는 마마무, 마마무 중에서도 메인은 화사, 그녀는 탈중국 명품 브랜드인 돌체앤가바나의 한국 프로모션 모델로 활동 중이고 게다가 재계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소속사에서 저런 실수를 했다? 해킹당하지 않고서는 가능할법한 실수가 아니지만 해킹도 아니란다. 이런 젠장.

 

화사의 커리어에 위협이 되고 제 식구 얼굴에 똥뿌리기를 시전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직원의 일탈이라며 선긋기로 일단락된 상황. 화사와 마마무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회사 내 중국인 악개, 일개 SNS 담당자가 빅엿을 매긴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요즘 케이팝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 보니 엔터테인먼트사의 홍보팀에는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에스파냐어 등 외국어 능통자가 채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마마무의 회사 RBW에서 이런 SNS 홍보담당으로 중국인을 채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나의 중국' 따위는 중국인밖에 뱉을 수 없는 워딩이기 때문임. 

 

 

마마무의 소속사 RBW가 관리하는 오피셜 계정에 올라온 '하나의 중국'

 

미얀마 쿠데타, 홍콩 민주화운동과 같은 범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대규모 사건들은 모두 중국에 저항하기 위한 외침이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는 아시안 혐오에 대해서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종주 격인 중국인에 대한 혐오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정치적인 문제로, 경제적 피해로, 바이러스로 내 일상을 파괴하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머릿수를 차지하는 중국은 그렇게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미얀마와 홍콩, 대만에 물리적 압박을 가하는 중국은 미국의 우방국인 한국에는 물리적 압박을 가할 수 없자 소프트파워를 쟁취하려는 듯 한복과 김치가 중국이 기원이다 우기며 몰염치한 짓을 저지르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우수함을 인정받고 탑시드 반열에 오른 K컬처와 한국을 질투해서 벌어진 일이기도 한데 이러한 중국의 동북공정 소프트파워 쟁취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알게 모르게 진출하고 있고 막대한 자본력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과거 걸그룹 EXID가 속했던 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가 그 예인데 한국의 예당기획과 중국 에이전트사인 바나나컬쳐가 합작해 설립된 회사로 중국자본에 잠식되어 죶망한 케이스라 볼 수 있는데 이외에도 판타지오, YG, FNC 등 중국 자본이 스며든 엔터테인먼트가 이제는 흔터지게 된 상황에서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마마무의 연말 한복의상

 

케이팝의 선두 격인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를 필두로 몇 해 전부터 3~4세대 아이돌 사이에서는 한복 무대의상이 인기다. 마마무 역시도 작년 중국의 한복 왜곡 논란이 한창일 때 연말 무대에서 개량한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찬사를 받기도 해서 더욱 미스터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때도 중국은 마마무의 한복 의상이 중국 전통의상이라며 빡빡 우겨대서 무대의상을 제작한 디자이너가 직접 각잡고 해명한 일화가 있음. 당시에 K무무들(마마무의 한국 팬덤) 열통 터진 것을 생각하면 이번 일 역시 울화통의 연속일 것이다. 아니 사랑만으로도 부족한 세상에 왜 이런 걸로 한을 매기나요?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고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고 보기에는 개멍청한 사고에 불과해서 찜찜한 기분이지만 RBW의 중국 자본이 투자되었다는 정황도 없고 발 빠른 사과와 피드백을 보였기 때문에 더는 문제 삼는 것이 의미 없어 보인다. 이 취업란에 중국인이 웬 말이냐, 중국어를 전공한 한국의 취준생이 몇만 명인데! HSK 통과한 언어 능력자들이 지천에 깔렸다. 제발 고용해! 

 

어쨌든 아티스트 열일하는데 회사는 비단길을 깔아주지 못할망정 앞길에 똥은 뿌리지 말지어다. 모두 재계약하고 휘인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같은데 마마무가 더욱 많은 사랑을 받길 바라며 오늘의 전지적 빠순이 시점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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