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를 둘러싼 에바들 and 젠더갈등

헤이나래의 문제가 되는 장면 중

 

  박나래와 제작진의 에바

코미디언 박나래가 CJ ENM 디지털 예능의 첫 컨텐츠인 '헤이나래'에서 19금 언행 덕분에 도마 위에 올랐다. 영유아 및 어린이의 우상인 키즈유투버 헤이지니와 스탠드 성인코미디의 대표주자 박나래의 콜라보로 그 사이를 줄타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애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슬아슬한 웃음코드를 예상하고 제작된 컨텐츠라 본다.

 

단지 문제는 이것이 15금 컨텐츠라는데 있는데 박나래의 언행은 수위를 넘어섰다는데 동의한다. '성인 개그를 구사하는 박나래가 부적절하다'는 것이 아니라 '15금 컨텐츠에서 보인 박나래의 성인개그가 부적절하다'라는 것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15금에 25금하면 안되죠

 

개인적인 생각을 첨언하면 일련의 해프닝에 가깝다고 보지만 굳이 단두대에 올려놓고 죄를 따져 물어 명명백백 파고들어 보자면 출연자가 아닌 편집과 수위 조절에 실패한 제작진에 과실이라 생각한다. 대본과 애드립은 코미디언 박나래 개인의 기량일 수 있으나 편집결정권은 어디까지나 제작진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이나래> 제작진은 청소년 시청지도가 필요한 15세 컨텐츠에 자극적인 장면을 여과 없이 담았다.

 

박나래의 섹드립에서 딱히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고 디지털 컨텐츠라는 비교적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환경, 이 정도는 문제없겠지 하는 편집권자의 안일한 생각, 프로그램 취지와 상통한다는 의미에서 그러한 판단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박나래의 사과문

 

방송을 탄 뒤 어쩌면 당연하게도 박나래 개인에게 성희롱 논란이 쏠렸고 그녀는 부적절함을 인지하는 내용을 담은 자필사과문을 올리게 되며 그렇게 일련의 논란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으나 젠더갈등으로 점화되어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았다.

 

 

문제의 야쓰(?)

 

 경찰조사의 에바

헤이지니 논란이 터진지 얼마 되지 않은 4월 말, 경찰은 이달 국민신문고를 통해 박나래를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유통 혐의로 수사를 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되었고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는 발표를 하게된다.


출연자를 더듬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모욕한 것도 아닌 인형을 상대로 섹드립 쳤다고 경찰에서 이 해프닝을 수사한다고 했을 때 어이상실해 쓴웃음이 절로 났다. 물론 경찰은 국민신문고에 들어온 민원을 해결하는 데 있어 자체 규정을 따랐을 뿐일 테지만 대상이 없는데 수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나갔다 싶고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성에 관련해 예민덩어리가 되었나 싶기도 해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팬티 안의 두글자가 그렇게 중요한가?

 

웹 컨텐츠이기 때문에 관련 사항에 해당되지 않아 방송진흥위원회와 같은 기관에 민원을 넣을 수 없게 되자 국민신문고에 고발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공중파였다면 방진위에 권고조치 받을만한 사항은 맞을 것 같다. 그러나 박나래와 제작진이 과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마당에 경찰 조사까지 받는다는 것은 너무 과한 조치 아닐지 싶다.

 

 

기다렸다는듯 클릭수 장사하는 유튜버들

 

이러한 '에바'에 흥이 뻐렁쳐 관련한 사항을 자극적으로 다루며 클릭수 장사하는 유튜버나 SNS 이용자가 늘며 박나래의 과거 발언, 나래바에서의 사생활 폭로 등을 끌올하며 매도하기 시작한다. 이런 하등 쓸데없는 이슈몰이로 커리어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아작내는 건 일도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문제가 되는 나혼자산다의 장면

  나혼산의 에바

또다시 출연자 문제로 프로그램 존폐 위기에 놓인 <나혼자산다> 측은 박나래의 하차 요구가 빗발치자 할아버지 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박나래의 영상으로 민심을 돌리려는 무리수를 두고 만다. 올해의 촌극이자 비읍시옷같은 장면이었다. 박나래를 위해서라도 그러면 안 됐다.

 

박나래가 프로그램 전후에 잠시 시간을 내서 각 잡고 정중하게 사과하고 끝낼 일을 긁어 부스럼 낸 식인데 연예인이나 소속사 관계자들, 방송국놈들은 감성터치로 여론 물타기와 후려치기가 가능할 거라 판단한 모양새다. 메인 진행자를 자를 수 없어 여론에 기대 호소하고픈 심정은 니들 사정이고 공사는 구분했어야 했다. 얕은수가 뻔히 보이는 이 촌극은 마치 홍진영의 어처구니없는 반성문을 떠올리게 한다. 

 

 

뭇매를 얻어맞고 현재 나혼산은 시청자 게시판을 다시 열었다

 

게다가 각종 연예뉴스 댓글이 막힌 요즘 같은 때에 나혼산 뿐만 아니라 박나래가 출연하는 모든 예능들은 연기자 보호 목적인지 터지는 제작진의 멘탈을 감당할 수 없는지 모를 일이지만 시청자 게시판을 막아버리면서 논란이 가중되었는데 일방적인 눈물의 호소와 가증스러운(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감성터치는 논란의 본질을 흐린다고 받아들여 대중의 공분을 살 수 있음을 머리가 있다면 깨우쳐야 한다. 그만큼 얻어맞았음 이제 알 때도 됐잖나?

 

 

뉴욕타임즈 박나래 관련 기사


  성차별논란은 에바

'서구에서 꽁트에 불과한 해프닝이 한국에서는 스캔들이 되었다'라고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 맞는 말이면서도 묘하게 본질을 흐리고 있다. 19금 컨텐츠에서 자유롭게 섹드립하고 무슨 행동을 하건 익스큐즈 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15세 프로그램에서 적절하지 못한 드립이 규탄 받는 것이 한국 사회의 남녀차별 이중잣대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특히 뉴욕타임스 보도에서 한국남자들이 성경험을 자랑삼아 말하고 성희롱이 만연한 가운데 한국여성은 공개적으로 성에 대해 언급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보도한 행태는 어리둥절에 가깝다.

 

20세기에나 있을법한 일로 '요즘 같은 때에' 주둥이 잘못 놀렸다간 황천 간다는 인식이 대체로 학습되어 있기 때문에 남초에서 사회생활하는 내 주변만 떠올려도 이런 빻은 수컷은 이제는 유니콘으로 알탕계곡에 빡빡 씻겨 탈수까지 시켜주는 사회시스템이 우리 사회에는 엄연히 존재한다. 또한 그 예로 들만한 섹드립으로 패가망신한 남성 유명 인사조차 딱히 떠오르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내가 젠더문제에 무지해서일지 모르겠으나 사람들이 항시 날서있고 민감할 순 없는 일이다.

 

 

늘 젠더이슈에 득달같은 경향신문 이런 기사는 본질을 흐리고 갈등을 부추긴다

 

박나래가 여성이기 때문에 조리돌림 당한다고 주장하는 쪽(여성우월)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편을 들며 본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특정인의 유명세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한 과한 처사고 조리돌림 한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을 페미나치화 하는 일부 남성들(여성혐오)은 이를 남녀평등에 어긋하는 예로 지탄하는 척 여성 전체를 일반화하고 혐오하며 젠더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우리사회가 생각해 볼 만한 여지와 열린 토론이 가능한 주제에 너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작은 해프닝에 불과한 일에도 결벽적으로 옳고 그름만 따지는 행위, 더 나아가 본인 주장의 옳음을 입증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누군가는 상업적으로 이용하며 발악하는 행태는 20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K의 단면이자 종특이라 씁쓸함을 자아낸다.

 

소사이어티에 미래가 있나? 이들을 안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 의문도 들게 하는 요즘이지만 각종 빌런과 버스터즈는 꼭 SNS에만 있더라. 별것도 아닌 문제들로 설왕설래하는 사이 본질은 가라앉고 증오만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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