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뮤직의 케이팝 촌극

 

국내 음원스트리밍 사들의 최대 과제는 '어떻게 하면 K팝 스밍덕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달린 것 같다. 스밍이란 Streaming(스트리밍)의 줄임말로 팬덤 사이에서 아티스트의 음원 순위 상위 노출을 위해 집중적으로 스트리밍 하여 수록곡을 랭크인 시켜 줄 세우는 일을 말한다. 팬덤 안에서 화력을 위해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져 이를 총공(스밍총공)이라 하고 여러 아이디로 듣지 않는 음원을 밤새도록 플레이하는데 보통은 소리를 꺼놓고 리스트를 켜 두고 잔다.

 

엄빠아이디, 혈육아이디를 총동원하는 그들은 음원시장의 최대 고객이다. 집안 구성원의 아이디를 전부 끌어오고도 모자랄 시에는 해당 음원 사이트의 아이디를 사고팔기도 하며 내새끼들의 안녕과 성공에 기여한다. 이는 벌써 몇 년 전에 문제가 된 닐로먹는 닐로사태와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 바이럴과 비교하면 줘팰것이야.

 

 

자사 페이지는 물론 기사를 활용해 선한영향력 장사를 하는 지니뮤직

 

2021년 소의 해, 신축년을 맞아 '올해 가장 기대되는 소띠 아티스트'로 선정되었다는 명분에서 최근 지니뮤직은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 씨의 이름으로 사랑의 열매에 천만원을 후원했다. 일개 사측에서 아이돌 멤버의 이름으로 선행한 것을 홍보하여 팬덤에 적극 어필한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팬덤을 보유한(물론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팬덤인) 방탄소년단의 ARMY에게 일종의 아부를 한 것인데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지 않을뿐더러 선행까지 동시에 이루다니! 놀랍지 않은가!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기발함에 무릎을 탁탁 쳤다. oppa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준다는데 지니뮤직에 방탄 팬들은 고마움을 표하는 훈훈한 분위기와 동시에 어.. 어?? 응?? 하는 반응도 읽을 수 있었다.

 

이게 머선일이고? 묘하게 어리둥절할 텐데 신개념 촌지를 목도한 것이 맞다. 팬덤에게 '선한영향력 장사'를 한 것이다. 

 

 

KiA 명패까지 제작한 지니뮤직

 

이것이 얼마나 교묘하냐면 '올해를 빛낼 소띠 아티스트' 리스트에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쟁쟁한 아이돌 팀의 멤버를 명단을 올려두고 투표를 받게 했는데 순위에 민감성을 나타내는 팬덤의 반응을 적극 이용해 먹은 것이다. 활용도 반영도 재미를 위해서 통계를 위해서도 아니다. 이러한 열띈 경쟁은 오롯이 장사 수단에 이용된다.

 

줄 세우기를 위한 투표가 유의미한 경쟁인지 묻는다면 케이팝 문외한 시점에선 아이고 의미 없다. 하지만 이러한 투표 결과는 내 오빠가 항상 최고이길 바라는 마음은 덤이고 해당 팬덤 외의 '대중 사용자'에게 오빠를 적극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되다 보니 유의미한 수치인 것이다. 다음 앙케이트 설문이 올라오기 이전까지는 적어도 메인 페이지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을 테니 팬덤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 있는 것.

 

비단 지니뿐만 아니라 이러한 줄 세우기는 각기 도처에 널려있는데 지금의 케이팝 위상과 발전에 코딱지만큼도 기어하지 않은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과 민간 음원 사이트들, 가온차트를 포함한 각종 어워즈와 협회, 이름 모를 수많은 아이돌 인기순위 차트 등은 팬덤 간의 경쟁을 부추겨 팬덤 장사를 하면서 고스란히 수익을 따먹는 구조로 케이팝에 기생하고 있다. 

 

 

지니뮤직의 메인 화면

 

빠수니 없으면 국내 음원시장 망한다는 이야기는 일면 진실에 해당한다. 멜론에 밀려 만년 2위인 음원 스트리밍 업체 지니에서 기발한 묘수를 둔 것으로 어찌 보면 업계 VVIP 대우이고 심지어 기부를 했다는데 뭐가 잘못이란 말이냐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반문할 수도 있다.

 

잘못은 없다. 단지 웃프다는 거지. 업계가 직접 나사서 광팔기와 찾아 뫼시기를 시전한 것은 이번이 최초이고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이 웃픈 케이팝 촌극에 대해 남기고 싶었다. 

솔까 아미한테 등친 게 그동안 얼만데 고작 천만 원 기부해놓고 드럽게 생색내는 것이 웃기지 않아? 그것도 팬덤에게 제발 우리 좀 봐주세요 하고 여기저기 홍보기사 내가면서?라고 까댈 수도 있지만 기부라는 묘수에 완전히 KO패 당했기 때문에 지니뮤직 측에 엄지를 들어 보입니다. 존나 기발했다.

 

누군가의 순수한 애정은 오늘도 이렇게 남몰래 착취된다. 더욱더 악착같은 착취를 위해 오늘도 업계는 진화하고 있다. 이것이 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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