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좋아요알림설정, 사이버렉카 참교육 (Spree 뜻)
- 문화체육인/MOVIE
- 2021. 6. 24. 03:27
익히 소문으로만 듣던 영화, 선댄스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던 Spree가 왓챠에 떴다. 구독자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 무법을 일삼는 미친 짓의 연속일 것이라 빤히 그려졌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도 수위가 높아 어안이 벙벙함. 오늘은 따끈한 신작 구독좋아요알림설정을 리뷰해볼까 한다.
이 영화는 Spree(스프리)라는 낯선 단어 대신,
박물관이 살아있다!(Night At The Museum, 박물관의 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상황)와 같이 외화를 한국 제목으로 센스있게 번역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구독좋아요알림설정'이라는 딱 들어오는 제목을 지은 배급사 직원을 무한칭송함.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Spree의 뜻
영화 속 <구독좋아요알림설정>의 Spree
미국은 우버 택시(Uber)나 리프트(Lyft)로 대표되는 승객과 운송차량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가 상당히 다양한 편으로 영화 속에서는 스프리(Spree)는 이런 운송차량 서비스 명칭으로 쓰이고 있다. 쉽게 말하면 카풀 서비스(Car Pool)로 카카오T카플, 카풀로와 같은 것.
실제 하는 서비스인지 궁금해서 구글에 검색해봤는데 영화 외에 다른 정보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보아 스프리(Spree)는 가상의 운송차량 서비스 명칭인 것 같다.
신조어 Spree 의미
실제 쓰이는 Spree 뜻은
플렉스(Flex, 부나 성공을 과시하다), 하울(Haul. 사치하다), 구찌(Gucci, Good이나 Cool과 상통하는 의미)와 같은 신조어 슬랭 개념으로 흥청망청, 난리법석, (나쁜 쪽으로)한바탕 저지르다 이러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충동성을 내포하고 있다.
Shopping Spree (충동적으로 흥청망청 쇼핑, 거하게 지르다)
Shooting Spree (총기난사, 총알을 사정없이 갈기다)
Drinking Spree (겁나 마심, 술을 때려 붓다)
Killing Spree (연속살인, 싹 다 죽이다)
Eting Spree (먹자판, 배 터지게 때려먹다)
이런 식으로 쓰이고 있는 것.
요즘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킹받네 뜻(킹+열받네, 대단히)처럼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어다.
사이버렉카 참교육
'커트의 세상'의 운영자 커트 컨클(조 키어리)은 백만 팔로워를 거느리는 유명한 인플루언서를 꿈꾸지만 현실은 조회수 두 자리를 넘기기 어려운 초라한 듣보 SNS 플랫폼 크리에이터이다.
십 년을 해도 안되면 포기할 법도 한데 커트는 끊임없이 대박 아이템을 찾아 관심을 갈구하다가 '더 레슨'이라는 실시간 스트리밍 컨텐츠를 기획하게 되고 급기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된다.
오랜만에 깔끔한 슬래셔 무비 한편 거하게 즐긴 느낌인데 만듦새가 좋은 영화고 영상 자체는 개운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어딘가 개운치 않았다. 요즘 문제가 되는 '사이버 렉카'를 고발하는 르뽀처럼 느껴서다. 생동감이 화면을 뚫고 나올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데 도를 넘는 폭로와 남의 불행을 재미 삼아 즐기는 실존하는 사이버렉카 크리에이터들과 자극성을 쫓아 그들을 팔로우하는 구독자들을 떠올려야만 했다.
*사이버 렉카: 사설 견인차처럼 무슨 일만 일어나면 부리나케 달려오는 유튜버와 같은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커뮤니티의 일부 유저들의 모습을 비꼬는 신조어
영화를 보는 내내 조두순이 출소하던 날, 교도소부터 집 앞까지 수많은 유튜버와 BJ들, 심지어 격투기 선수들까지 몰려가 진을 치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초례했던 사건이 떠올랐다. 당시에 무려 350명가량의 유튜버들이 몰렸다고 하는데 모두 커트처럼 유명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이들로 고성과 행패를 부리며 자극적인 스트리밍을 송출해 구독자를 모으고 광고수입을 벌어들였다.
조두순 집 앞 난동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일 뿐, 연예인 사생활이나 인성에 대한 어그로와 루머 유포, 한창 수사 중인 사건에 자신의 뇌피셜을 팩트 인양 포장해 송출하기도 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정 사실화하며 정치색이 비슷한 사람들을 집결시켜 집단 광기를 보이기도 한다. 실시간 이슈와 자극성을 쫓으면 유명세와 돈으로 맞바꿀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편집, 보도, 발행의 절차를 거치며 팩트 체킹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송사나 신문사와 같은 기존 미디어 매체와 달리 1인 미디어 시대가 초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문제점을 영화는 그대로 옮겨놓았다. 어떤 이는 공감대를 주제로 피씨주의를 팔고 어떤 이는 자극적인 콘텐츠로 눈길을 끄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멋진 외모와 화려한 스타일로 팔로워를 모으며 영향력을 한껏 과시한다.
영화는 관객을 구독자 입장에 몰아넣고 이들의 좌충우돌과 막가는 행태를 관전시키는데 미친관종의 라방도 문제지만 낄낄대며 부추긴 구독자도 범죄의 공범임을 영화적 리벤지나 꼰대스러운 일침 대신 등장인물의 역겨움과 꼴사나움에 대해 전시하는 것으로 참교육시킨다.
관종병 들린 영세한 사이버 렉카충이 관심을 갈구하다 무차별한 연속살인을 벌이는 와중에도 한편에서는 페미니즘 열성 지지,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과 블랙유머, 우파 정치 지지자에 대한 비난과 같은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라면 이슈몰이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탑재해야 하는 피씨주의에 대한 시선도 놓치지 않고 송출한다.
유명세는 곧 정당성으로 한껏 플렉스하는 인플루언서도 중2병 들린 너드처럼 자극을 쫓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이들은 즉각적 반응과 실시간 소통으로 공감대를 이끌며 팬덤을 모으는데 열의를 보인다. 인도주의적인 인물로서의 자기 포장, 헬시하고 멋진 라이프 스타일을 전시하며 '나'를 세일즈 한다.
힙터지는 K문화와 20년 전 힙스터의 귀환
힙터지는 이 영화는 문화의 힙도 놓치지 않는데 채팅창에 한국어와 한국 욕이 불쑥 튀어나온다던지 잘 나가는 DJ이자 인플루언서를 한국계로 설정한다던지 후반부에서 주인공 커트가 훔쳐 입은 옷 양팔에 '전설의 남자'라는 한국어가 적혀있는 것도 재밌었다. 십여 년 전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호남향우회의 국뽕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아가는 K구나 실감함.
영화 속 내내 등장하는 채팅창의 ID와 댓글은 유진 코틀야렌코 감독이 직접 며칠밤을 새워 작업한 결과라고 한다. 한국어 번역기 돌렸을 생각 하면 웃프다. 상당히 어색한 한국말이 채팅으로 중간중간 등장한다.
거의 모든 배우가 초면이지만 알만한 인물은 데이빗 아퀘트와 미샤 바튼으로 등장인물 명단에 있어 언제 나오나 한참 기다렸는데 외모가 너무 변해서 한눈에 알아보지 못한 것.
데이빗 아퀘드는 커트 아빠고 미샤 버튼은 영화 중반 세명의 힙스터 피해자 중 앞자리에 앉은 호피무늬 셔츠를 입은 중년 여성이다.
실제 SNS의 유명인사인 프랭키 그란데(Frankie Grande)와 모델 랄라 켄트(Lala kent)의 등장도 흥미로웠다. 특히 프랭키 그란데는 커밍아웃해서 화제성이 강한 인물로 최정상의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오빠, 이부남매이기도 하다.
미샤 바튼은 미드 <The O.C>로 한때 가장 잘 나가던 하이틴 스타였지만 온갖 잡음과 자기 관리 실패로 배우 커리어를 스스로 망친 인물이다. 20년 전 힙스터인 미샤 바튼이 어그로 끌고 다니던 그 철딱서니 없던 어린 시절이었으면 등장인물들 못지않게 꼴사나운 인플루언서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장성한 모습으로 등장한 추억의 스타가 그저 반가웠다.
십수 년 전 하이틴 스타들이 TV쇼와 파파라치컷으로 유명세를 얻고 부를 축척했듯이 현재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플랫폼으로 이동만 했을 뿐,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금과 같은 사이버 렉카 문제와 인플루언서의 무분별한 방송 송출 문제도 세월이 흘러 유행이 한풀 꺾이면 자연스레 소멸되거나 제도개선으로 시스템이 바뀌면 또 다른 플랫폼을 찾아 이동할 뿐인 것을.
유명세가 돈이 되는 시스템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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