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런, 사라 폴슨이 사라 폴슨한다 (ft. 트리곡신 리도카인)

 

 

 

 

'런'이라는 타이틀만 보면 텍사스 전기톱 레더페이스를 피해 미친 듯이 런할 것만 같고 소싯적 방탄소년단의 노래 또는 2000년대 초반 갬성의 일본 청춘물일 것 같았으나 포스터의 사라 폴슨을 확인하고 Ar 또 공포구나 싶었는데 스릴러.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리즈로 얼굴만 봐도 공포를 자아내는 사라 폴슨은 이번에도 히스테릭한 도라이 역을 맡으며 사라 폴슨이 사라 폴슨한다. 


*아래는 대량스포를 포함한 포스팅입니다. 안 보신 분들은 읽지 마세요.

 

 

 



  디 액트와 복붙

극 초반부터 기시감이 확 든 것이 한 달 전쯤에 봤던 훌루닷컴 드라마 <디 액트>와 복붙 그 자체였다. <올가미>를 봤다고 해서 <블러드 라인>이 시시하진 않듯이 우연의 일치로 소재가 동일할 순 있겠으나 목적과 방향성, 전개 방식이 저마다 다르고 그 안의 매력도 제각각인 것은 창작자의 고유영역인데 이 영화는 기승전이 디 액트의 Ctrl+C Ctrl+V로 아류작처럼 느껴진다.

 

<서치>에서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창조적인 스릴러를 구연했던 아니쉬 차간티 감독작이라 기대치가 높아서였을까. <런>은 아니쉬 차간티의 두 번째 작품으로 첫끗발이 개끗발이었음을 증명했다고 하기에는 짜임새가 조약하거나 후진 수준은 아닌데 후반부로 갈수록 기시감이 반복되면서 시무룩하게 만든다. 

 

 

올가미: 1997년 윤소정, 최지우 주연의 영화
블러드 라인: 1998년 제시카 랭, 기네스 팰트로 주연의 영화

두 작품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고 집착쩌는 사이코 엄마(시어머니)에게 핍박받는다.

 

 

 

 

'대리인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을 소재로 한 영화고 히스테릭한 어미와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딸의 이야기로 다른 것이 있다면 패트리샤 아퀘트는 친엄마, 사라 폴슨은 납치범이라는 것. 디 액트를 지우고 봐도 뒷맛 깔끔한 킬링타임용 무비 정도로 몰입감도 좋고 연기도 훌륭하지만 극의 완성도면에서 <디 액트>는 수작, <런>은 평작 되겠다. 

 

밑장을 까고 시작하는 스릴러 영화는 반전보다 극의 몰입도나 캐릭터의 매력이 중요한데 사라 폴슨, 좋아하는 배우지만 매번 비슷한 연기와 비슷한 캐릭터로 출연하면서 물리는 부분도 무시 못하고 디 액트의 여파가 크기도 해서 재미가 반감되었다. 스릴러는 쫄려야 제맛이거늘 어디서 본 장면들의 연속이니까 심드렁할 수밖에. 리벤지 엔딩이 사악해서 통쾌하긴 했으나 신선도는 떨어진다. 

 

 

 

 

  트리곡신(Trigoxin)은 실제 하는 약인가? 

딸 클로이(키에라 앨런)는 장을 봐온 엄마의 꾸러미에서 초콜릿을 뽀리다가 자신이 매일 복용하는 약이 엄마 이름인 '다이앤 셔먼'으로 처방된 약이라는 것을 알고 혼란스러워한다. 처방약 병에 쓰인 트리곡신(Trigoxin)이라는 성분이 궁금했던 클로이는 밤에 몰래 거실 컴퓨터에서 검색해 보지만 인터넷이 끊겨 알아내지 못하고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모르는 사람에게 서칭을 요청하는데도 실패하게 되지만 결국 순발력과 기지를 발휘해 약사에게서 초록색약 트리곡신의 정체를 듣게 된다. 

 

 

 


영화 속에서 트리곡신은 동물병원에서 취급하는 약이며 근이완제의 일종으로 개가 다리가 불편하거나 화상 등을 입었을 때 통증을 줄여주는 약으로 사람이 복용했을 때는 다리에 감각이 없어진다는 설정으로 나온다. 

 

어떤 약인지 궁금해서 서칭해보니 트리곡신(Trigoxin)은 허구의 약으로 심부전, 빈맥, 심질환에 쓰이는 Digoxin(디곡신)이라는 약물과 이름, 쓰임새가 흡사하다. 아마도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우려해 약물 명칭을 가상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리도카인(lidocaine)에 대한 설명

약사와 클로이의 급박한 대화중에 엄마 다이앤 셔먼이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은 리도카인(lidocaine)이다 말한다. 동물 약 처방도 맡아하는 약국에서는 개를 위한 약 트리곡신(Trigoxin)과 리도카인(lidocaine)을 내어준 것. 쉽게 말하면, 개 약을 지딸에게 먹이고 리도카인은 별도의 처방인 것이다. 

 

리도카인은 실제하는 약이고 국소마취제로 주사나 연고 형태로 나오는데 마취, 진통, 진경, 진정 작용을 한다고 한다. 찾아보니 성인이면 다 알만한 쉬운 예가 있는데 남성에게 사정지연제로 쓰이는 그 성분(?)인데 조루치료나 방지에 사용된다고 한다. 클로이를 도우려 하다가 주사 한방에 KIJUL한 이웃 아저씨에게 이 약이 쓰였다고 추측할 수 있다. 

 

 


  클로이가 콸콸 마신 독극물은?


유기인산염(Organophosphate, 오르가노포스페이트)으로 살충제, 제초제로 쓰이는 농약의 일종이라고 한다. 신경독성이 있어 장기간 노출되면 몸에 상당히 해롭다고 알려져 있고 음독하여 극단적인 형태로 사용하는 경우가 꽤 있어서 취급주의 약품이라고 한다.


엄마 다이앤이 유기인산염을 마신 딸 클로이를 보며 절망하는 장면에서 과산화수소를 찾아서 해독역할을 하나 찾아봤더니 전혀 아니었다. 오르가노포스페이트의 해독제로는 Atropine(아트로핀), Pralidoxime(프랄리독심)이 쓰인다는 쓸데없는 정보만 알게 됨. 이딴 게 왜 궁금했을까. ៖...

 

 

 


영화 <런>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개봉일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미국 내에서 극장 개봉이 취소되어 훌루가 배급권을 사들여 스트리밍 서비스로 최초 공개했다고 한다. 본래 개봉일이 2020년 1월이었고 영화는 최소 2019년 이전에 만들어졌다고 봐야 한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디 액트>는 2019년 3월부터 5월까지 스트리밍 된 8부작 드라마로 <런>과 무척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고 둘 다 훌루닷컴을 통해 제공하는데 조폭영화 돌려막기도 아니고 이게 무슨 경우며 무슨 심보인지 알 길이 없다. 디즈니에 딸자식 괴롭히는 사이코마미 성애자 컬렉터가 있는 것은 분명함. 리바이벌하지 말자. 시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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