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락리학자 짐 자무쉬의 빠심

 

 

 

Only Lovers Left Alive ART poster

 

  락리학자 짐 자무쉬의 빠심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짐 자무쉬 영화가 다크한 미장센과 일상적 수다, 커피와 담배, 잉여스러운 삶과 철학에 대해 논했다면 90년대 후반부터는 락과 컬트에 대한 빠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데 Crazy Horse(크레이지 호스)의 멤버 닐 영(Neil Young)에 대한 다큐멘터리 <이어 오브 더 호스, 1997>, 커밍아웃한 존 워터스 감독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디바인 트래쉬, 1998>, 2002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70년대 후반 영국의 펑크 록그룹 더 클래시(The Clash)의 멤버 조 스트러머에 관한 다큐멘터리 <조 스트럼머, 2007> 등의 락 뮤지션 관련한 영상물에 출연하거나 연출을 맡는 일에서 그렇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칸의 초이스와 과거 명성에서 점점 멀어지며 취향만 파먹고 살던 덕후 짐 자무쉬는 빌 머레이 주연의 <브로큰 플라워, 2005>라는 정극으로 컴백하면서 과거명성 되찾기를 시도하는데 '썩어도 준치'의 위엄을 뽐낸다. 덕질하니라 바빠서 그렇지 각 잡고 만들면 평단을 조지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는 걸 증명해내는 감독이 바로 짐 자무쉬이다.

 

 

 

Carter Logan and Jim Jarmusch of SQÜRL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락부심과 더불어 추구하는 다크하고 고급스러운 미장센의 결정판으로 본인이 밴드 멤버로 있는 SQURL(스퀄)의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비싼 배우들을 대려다가 2시간짜리 뮤직비디오를 찍었구나'하는 느낌을 주는 영화다. 사실 느낌이 아니라 확신한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OST는 네덜란드 류트 연주자 Jozef Van Wissem(조제프 반 비셈)과 SQURL(스퀄)의 콜라보로 아방가르드하고 웅장한 바로크 사운드와 헤비한 기타 사운드, 신스 베이스 등으로 신비로움과 롹킹한 사운드를 담아냈다. 

 

 

 

 

그로 인해 몇백 년을 영생하는 뱀파이어 톰 히들스턴은 얼굴 없는 가수이자 전설의 뮤지션(이라고 말하고 악기성애자)으로 등장하고 가뜩이나 핏기 없는데 창백한 지경에 이르는 틸다 스윈튼은 영화 내내 음악에 취해 흐느적댄다. 락리학자답게 중간중간 음악과 악기에 대한 안물안궁 TMI를 쏟아내는데 쿠엔틴 타란티노 빙의한 줄. 과몰입이 이렇게 무섭다.

 

 

 

 

  멋샷으로 가득 채우다

수세기 동안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아담(톰 히들스턴)과 이브(틸다 스윈튼)는 뱀파이어 커플로 미국 디트로이트와 모로코 탕헤르에서 각자 생활한다. 병원 브로커로부터 불법적으로 혈액을 공급받긴 하지만 페이를 꼬박꼬박 지불하고 인간을 해치거나 무뢰배같이 굴지 않으며 조신하게 숨어 산다. 이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캄캄한 한밤중에만 움직이는데 본능을 한껏 억제하며 살아가는 중으로 아담은 인간에 대한 환멸과 우울감으로 자결용 탄피를 준비하기도 한다. 

아담의 고질병을 눈 치깐 이브는 탕헤르에서 디트로이트로 향하고 그를 달래던 와중, LA에 살던 이브의 문제적 여동생 애바(미아 와시코브스카)가 느닷없이 아담의 집에 급습하게 된다. 애바는 이름 그대로 선 넘는 애로 허락 없이 아담의 순수혈액을 빼먹고 제멋대로 굴며 가뜩이나 심적 폐허가 된 아담의 승질을 빡빡 긁어놓는다. 

 

 

 

 

애바의 징징거림을 참지 못해 마실을 나간 뱀파이어 3인방은 아담의 오랜 브로커 이안(안톤 옐친)의 록카페를 찾게 되고 애바는 이안을 꼬드겨 집으로 데려와 피를 쪽쪽 빨아 시체를 만들고 이를 본 아담과 이브는 딥빡쳐 애바놈을 내쫓는다. 수습은 언제나 이성이 있는 자들의 몫으로 이 커플은 폐공장에 시신을 유기하고 수사를 피해 모두 버리고 모로코 탕헤르로 나른다. 

 

마침 이브에게 혈액을 공급하던 아버지 뱀파이어 말로(존 허트)가 순도 떨어지는 저질 피를 마셔 사망에 이르자 아담과 이브는 망연자실하며 전재산을 탈탈 털어 악기를 사는 데에 탕진한다. 플렉스. 수십 년간 절제의 삶을 이어온 아담과 이브는 말로의 죽음과 애바의 뱀파이어리즘이 트리거가 되어 본능을 깨우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이와 같이 흥미를 유발하는 몇몇 장치만이 존재할뿐 소재 자체는 흥미롭지 않다. 틴에이저를 위한 <트와일라잇>과 성인을 위한 <트루 블러드>, <뱀파이어 다이어리> 시리즈가 전 세계를 휩쓸었고 박찬욱 감독의 <박쥐>,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렛 미 인>과 같은 웰메이드 뱀파이어 무비가 이미 호평을 받은 터라 2013년만 해도 한물간 소재였기 때문이다. 

 

짐 자무쉬의 뱀파이어 무비는 몽환적인 미장센과 공들인 사운드, 사색적인 뱀파이어의 매력만으로 돌파한다. 폐허와 같은 회색도시 미국 디트로이트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아름다운 모로코 탕헤르를 배경으로 거장의 현란한 멋샷을 선보이는데 반하지 않을 길이 없다. 

 

 

 


예전엔 배를 채우고 강물에 던져버리면 그만이었으나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수사 기법으로 인해 목을 물어 사람 피를 쪽쪽 빨아먹고 살아가야 하는 흡혈귀 집단은 수세기에 걸쳐 축척한 부로 굳이 인간의 목숨을 빼앗지 않아도 혈액을 구할 수 있다는 설정은 참 재밌었고 뱀파이어 역으로 틸다 스윈튼과 톰 히들스턴, 미아 와시코브스카 캐스팅은 찰떡이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RH-O형 피를 과다 복용해서 해롱거리고 폭주하는 애바의 모습이 나오는데 순수혈액 설정을 각성제나 코카인 같은 마약으로 대체해도 말이 된다. 사실 록의 역사는 불법 약물과 땔래야 땔수 없는 히스토리가 있어 이를 착안한 것이 아닌가 망붕해본다. 이렇게 망붕해야 그간의 필모그래피와 결이 닿는 부분이 있어서인데 <데드 돈 다이>와 같은 최근 작품을 보면 짐 자무쉬가 뱀파이어나 좀비와 같은 호러적 장치와 영생에 대한 스토리에 꽂힌 거 같기도 하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2013년 개봉한 영화로 3년 후인 2016년에 록밴드 스투지스(The Stooges)의 다큐멘터리 <김미 데인저>를 선보이게 되는데 현존하는 레전드의 록스타이자 펑크의 대부인 Iggy Pop(이기 팝)과 그의 밴드 스투지스의 히스토리로 70~80년대에 약으로 허송세월했고 영생과 섹슈얼을 탐닉했던 이기팝을 기억하고 추앙한다.

 

이기팝이 무대에서 옷을 훌렁훌렁 벗고 덜렁거리며 대표곡이 비록 I Wanna Be Your Dog(난 너의 개가 되고 싶어ㅋㅋ)이긴 하지만 역사에 길이남을 크리에이티브한 아티스트로 이런 비쥬얼 Rock & 비주류 Rock에 대한 애정이 작품으로 구연됨에 있어 의식의 흐름을 반추해 볼 수 있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라는 타이틀은 주인공 남녀간의 사랑이라기 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로 성공한 덕후이자 락리학자인 짐 자무쉬의 아름다운 뮤직비디오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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