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사실적시 명예훼손 어머니 프랜시스 맥도먼드

 

 

 

HBO Olive Kitteridge

 

  올리브 키터리지 (Olive Kitteridge)

올리브 키터리지는 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한 HBO 드라마로 2014년 제작되었다. 장르는 드라마. 4부작으로 구성되어 러닝타임은 대략 4시간. 출연진은 프랜시스 맥도먼드, 리처드 젠킨스, 빌 머레이, 존 갤러거 주니어, 조 카잔. 왓챠웨이브에서 제공한다.

 

 

 

프랜시스 맥도먼드

 

  사실적시 명예훼손 어머니 캐릭터

올리브 키터리지(프랜시스 맥도먼드)는 1차대전 직후의 독일인처럼 에누리 없고 강퍅한 인물로 보통 이런 캐릭터들은 밖에서 괴팍하고 냉담하게 굴지라도 내 가족, 내 새끼에게만은 취사선택을 달리할 수도 있으나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철의 여인은 네츄럴 본 그대로 안과 밖에서 모두 강퍅함을 드러내는 초지일관 같은 얼굴을 한 대쪽 같은 인간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실용주의자이다.

그렇다고 가성비충은 단연코 아님. 

 

타인의 감정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없지만 질서와 규정을 준수하는 탓에 나름의 정당성을 획득하기도 한다. 융통성이 조또 없을 뿐 그렇다고 자신의 이익이나 정당성 위해 사회에 해악을 끼칠 정도의 빌런은 또 아니다. 

 

인사치레나 립서비스, 가벼운 농과 같은 의례적인 겉치레에 경기를 일으키는 타입이기도 한데 무미건조한 표정, 냉담한 에티튜드로 주변을 싸하게 만들고 곧이곧대로 표현하는 직선적인 말본새로 주변 사람들의 영혼을 황폐하게 만든다.

 

 

 

 

이러한 성격적 특성을 현대적으로 표현하자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가까운 캐릭터로서 소셜미디어나 웹상에선 빈번하게 고소당할만한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차가운 듯 따뜻한 인물'이라는 드라마 기본정보의 등장인물 소개란은 평이하고 빈약하기 짝이 없는 것. 

 

실생활에서 이러한 시니컬한 태도와 에누리 없는 면모, 초지일관 심지가 굵고 대쪽 같은 인물을 만나게 되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사회에서 상사로 만나게 되면 안정감과 깊은 신뢰를 줄 수도 있으나 정작 감정과 생활을 공유하고 살 부딪혀 살아가야 하는 가족은 감정 트러블에서 오는 상처로 피폐해져만 간다. 

 

 

프란스시 맥도먼드, 조 카잔, 리차드 젠킨스


  한 지붕 세 식구의 동상이몽

한 집안에서도 양상은 다르게 흘러간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올리브 키터리지의 특이성격을 애저녘에 포기하고 흐린 눈 흐린 귀 하며 늘 한수 접어준 뒤 나 홀로 긍정모드 태엽 돌리는 그녀의 남편인 헨리 키터리지(리차드 젠킨스) 되겠다.

 

약사인 헨리는 타고난 애교쟁이로 언제든 상냥함과 다정함을 발사할 만발의 준비태세를 갖춘 캐릭터로서 아내인 올리브에게도 본분을 다 하지만 돌아오는 싸늘한 리액션에 기가 죽고 매너리즘을 느끼던 중 밝고 명랑하다 못해 소년만화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조수 데니스 티보듀(조이 카잔)에서 힐링을 느낀다. 

 

딸 같은 어린 과부에 대한 측은지심인지 긍정모드에서 오는 동질감에서인지 성욕에서 근간한 일탈적 심상인지는 분간하기 애매한 구석이 있고 이 모든 것의 복합체일 수 있겠으나 데니스의 존재만으로도 헨리는 한풀이에 가까운 다정함을 마음껏 발사하며 키다리 아저씨, 3분 대기조를 자처하는데 올리브는 한껏 들뜬 남편을 나무라지도 동요하지도 않는다.

 

 

 

짐(피터 뮬란)


그 이유는 죄의식에 가깝다고 보는데 동료교사인 짐(피터 멀런)과의 불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짐은 시적이고 우수에 찬 수컷으로 올리브의 곁을 조용히 맴돌지만 사고인지 극단적 선택인지 모를 차 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게 되면서 짐과 남은 여생을 함께하고 싶던 올리브의 욕망은 일순간 거세된다. 

단풍 든 숲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은 하나기 때문에 두 길 다 갈 순 없어 
난 한참 서서 최대한 바라보았습니다. 
한 길이 굽어 내려간 곳까지. 


극초반 짐의 대사는 등장인물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구로 앞으로 다가올 모든 사건이자 갈림에서의 선택을 예견하고 있다. 

 

 

반면, 그녀가 쉽게 내지르는 뼈 때리는 맞말은 누군가에겐 처맞는 말이 되어 돌아오게 되는데 아들인 크리스토퍼(존 갤러거 주니어)는 직격탄을 맞아버려 불안정한 성장기를 겪다 청년과 장년에 들어서도 우울감, 피해망상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번져 어머니에 대한 모든 것이 트리거로 작용한다.

 

 

 

크리스토퍼 아역(데빈 드루이드)


  나를 미치게 하는 엄마라는 존재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들 크리스토퍼는 결혼이라는 집안 대소사를 통해 어머니와의 소원한 관계를 회복하고자 시그널을 보내지만 올리브 키터리지의 괴팍함은 아들의 결혼생활을 망치는데 일조한다. 

나이가 들면 날뛰는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상대의 히스테릭함이나 빈정거림, 괴팍한 성미 같은 것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두 손 두발 다 들고 납작 엎드려 굴복 해버 리거나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기도 하고 반대로 강하게 의견을 피력하며 대거리를 하는 식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미천이 오롯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가족의 경우는 들끓어 오르는 감정을 제어하며 페르소나를 장착하는 일도 쉽지 않다. 사지로 내몰려 부모 자식 간의 연을 져버리고자 하면 죄책감은 관계 절단 당사자의 몫으로 돌아오는 아이러니인 것이다.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

 

 

 

앤(오드리 마리 앤더슨)과 크리스토퍼(존 갤러거 주니어)


자녀는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고 더 나아가 동일시한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어주고 다정하게 보듬길 바라는 가족이 자신에게서 등을 돌렸다고 느끼는 일, 용기를 내 먼저 손을 내밀어도 때마다 제자리걸음을 하게 만들어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가 어머니라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이제와 살갑게 지내기에는 상처가 너무 크고 천륜을 끊어버리기엔 죄인으로 살 수 없는 자식의 비통한 심정을 묘사한 후반부 롱테이크 씬들은 가슴이 먹먹하다. 감당하기엔 너무도 버거운 가족이라는 울타리, 나를 미치게 하는 존재는 내 안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근사한 사람

퉁명한 어조나 태도와는 별개로 공동체에서 낙오될 법한 개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사회주의를 실천하는 듯한 올리브 키터리지의 인품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을 양지로 이끈다. 

 

아들을 포함해 그녀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을 갖는 자와 부정을 넘어 악의를 품는 자도 존재하나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담백한 관심에 이처럼 호의를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팩폭에 상처 받고 기세에 눌려 늘상 쭈굴해져 있는 올리브의 남편 헨리 키터리지(리처드 젠킨스), 부정한 관계를 눈치챈 남편이 있음에도 떠나지도 인정받지도 못했던 짐 오케이시(피터 뮬란), 아내를 잃고 세상과 소통을 단절한 잭 케니슨(빌 머레이)에게도 올리브는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잭(빌 머레이)


  원작 소설과 이후 스토리

HBO 드라마 <올리브 키터리지(Olive Kitteridge)>는 2008년 출간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Elizabeth Strout)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되었고 이 작품은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9년, 거진 11년 만에 <다시, 올리브(Olive, Again )>라는 제목으로 올리브 키터리지 2탄 격인 장편소설이 출간되기도 한다. 


대배우 빌 머레이 출연분이 미미한 탓에 시즌2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이 드라마는 2014년에 만들어졌고 시즌제의 연속성적인 측면에서 올리브 키터리지 시즌2는 제작이 어렵다고 본다.

 

 

 

 

흥행면을 차치하고라도 괜찮은 스토리에 줄곳 아낌없는 투자를 하며 웰메이드를 제작하는 HBO이기 때문에 제작 가능성이 낮은 시즌2이지만 속편이 출간된 만큼 기대를 걸어본다. 그녀의 아들처럼 올리브 키터리지 씨의 이후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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