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웨이트 피의 저택, 원작소설 예루살렘 롯과 애드리언 브로디의 흉통

 

 

 

Chapelwaite, 2021

 

  Chapelwaite

미국 프리미엄 유료 채널인 Epix에서 2021년 8월 방영한 드라마로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왓챠에서 수입해 <채플웨이트: 피의 저택>이라는 제목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중이다.

 

 

 

 

  채플웨이트 출연진


  Boone Family
아빠, 찰스 분 /  에드리언 브로디 (Adrien Brody)
큰딸, 아너 분 / 제니퍼 엔스 (Jennifer Ens)
작은딸, 로아 분 / 사이리나 굴람가우스 (Sirena Gulamgaus)
막내, 타네 분 / 이안 호 (Ian Ho)
죽은 엄마, 역 마야 분 / 릴리 가오 (Lily Gao)


  주요 마을 사람들
가정교사, 레베카 모건 / 에밀리 햄프셔 (Emily Hampshire)
목사, 마틴 버로스 / 고드 랜드 (Gord Rand)
목사 부인, 앨리스 버로스 / 제니 레이몬드 (Jennie Raymond)
보안관, 컨스터블 데니슨 / 휴 톰슨 (Hugh Thompson)
보안관 부인, 메리 데니슨 / 트리나 코르쿰 (Trina Corkum)
의사, 닥터 길퍼드 / 딘 암스트롱 (Dean Armstrong)
제재소 흑인 / 디반테 시니어 (Devante Senior)


  언데드 & 추종자
언데드 사령관, 야곱 / 크리스토퍼 헤이어달 Christopher Heyerdahl)
사촌, 필립 분 / 줄리언 리칭스 (Julian Richings)
사촌, 스테판 분 / 스티븐 맥카시 (Steven McCarthy)
언데드 추종자, 사과 소녀 / 제네비에브 디그레이브스 (Genevieve DeGraves)

 

어디에도 상세정보가 없어서 등장인물 주조연을 추려봤다.

주인공 찰스 분 에드리언 브로디와 야곱 역의 크리스토퍼 헤이어달을 제외하면 모두 무명에 가깝다.

 

 

 

 

  채플웨이트 줄거리 상세 정보


찰스 분은 배의 선장으로 1850년 메인주에 있는 부유한 사촌이 죽게 되면서 채플웨이트 저택을 상속받게 되고 어린 자녀인 아너, 로아, 타네와 함께 내륙에 정착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이사 온 첫날부터 마을 사람들은 수군대며 그들 가족에 적개심을 드러내고 설상가상 집안에서는 이상한 소리도 들려온다. 

이에 굴하지 않은 찰스 분은 가문 소유의 제재소에서 농땡이치는 노동자들에게 호통을 치면서도 지금보다 더 나은 대우를 약속하고 마을 사람들을 한데 모아 향후 마을의 발전과 원대한 꿈에 대해 연설하며 가문의 악명을 떨치고 그들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하지만 분 가문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뿌리 깊은 원한을 부추기는 형국이 되어 복면을 쓴 마을 사람들에 의해 물리적인 위협마저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어른의 사정과 별개로 찰스 분의 자녀들은 마을 사람들과 다른 피부색, 분 가문에 대한 적개심으로 인해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데 어린 자녀 중 둘째인 로아는 구루병으로 인해 한쪽 다리가 불편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로 어머니의 죽음과 부재에 한동안 말을 잃을 정도로 큰 상처를 받게 되지만 내륙에 정착해서도 마을 사람들의 냉대와 협박이 가해지자 마을에 정착하기로 결단을 내린 아버지 찰스를 미워하게 된다. 

 

 

 


한편 작가의 꿈을 안고 소재거리를 찾던 레베카 모건은 저주받은 채플웨이트 저택에 입주 가정교사 명분으로 접근하고 찰스 분의 아이들을 돌보게 된다. 과거 저택의 고문변호사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딴 집 살림을 차려 가족을 떠났고 행방을 알 수 없이 십수 년이 흘렀으나 채플웨이트 사람들과는 서신을 통해 교류하던 흔적이 서재에서 발견된다. 

 

정신 나간 아비의 망령이 씌인 듯 찰스 분은 점차 환영을 보는 횟수가 늘어가던 때, 개구쟁이 막내아들 타네가 찾은 헛간의 작은 문에서 집으로 연결되는 통로와 비밀공간을 목도한 뒤 불쾌한 소리의 정체를 깨닫게 된다. 미치광이 사촌 스티븐이 죽지 않고 비밀공간에 숨어 자신의 가족을 염탐하고 죽은 척하는 이유에 대해서 밝혀내려 하는데. 

 

여기까지가 채플웨이트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이후에는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저주 들린 한 가문과 악을 추종하는 이들, 언데드라 불리는 뱀파이어 집단으로부터 자신의 가족을 구하려고 사투를 벌이는 찰스 분의 원맨쇼가 그려진다. 

 

 

 

(좌) 스티븐 킹 <Night Shift> / (우) 황금가지 출판사 <스티븐 킹 단편집 5>


  채플웨이트 원작 소설 스티븐 킹의 예루살렘 롯(Jerusalem's Lot) 


드라마에서 채플웨이트 옆 동네로 죽어버린 마을로 불리는 '예루살렘 롯'은 원작의 제목과도 같다. 예루살렘 롯은 1978년 발간된 스티븐 킹 단편집 <Night Shift(나이트 시프트)>의 한 챕터로 '예루살렘의 부지', '예루살렘의 터' 등으로 번역되었고 살렘스 롯(Salem's Lot)의 프리퀄로 불린다. 살렘스 롯은 스티븐 킹이 펴낸 뱀파이어 호러소설로 인간의 피를 빨아 영생하려는 언데드(뱀파이어)보다 서민의 피를 빠른 탐욕에 눈먼 고위 권력자들이 그들에겐 더 위협적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스티븐 킹은 워낙 오랫동안 방대한 양의 미스터리 소설을 써 온 작가라 한국에서도 이곳저곳에서 짜깁기해 단편집을 펴냈지만 현재 기준으로 절판되지 않아 구할 수 있는 도서는 황금가지 출판사의 <스티븐 킹 단편집 5>에 예루살렘 롯 단편이 실려있다. 채플웨이트의 원작 소설을 읽고 싶다면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스티븐 킹 소설의 클리셰와 예루살렘 롯

  1. 배경이 메인 주인 점
: 채플웨이트에서도 1850년 메인 주가 배경이 된다. 미국의 북동부인 메인 주는 스티븐 킹 본인이 나고 자란 곳으로 메인 주에 가상의 도시, 마을을 설정한다. '예루살렘 못' 역시 가상의 마을이다.

 

 

  2. 극에 작가가 등장하는 점
채플웨이트(예루살렘 못)에서는 레베카 모건이 저주받은 찰스 분 가문을 기록하는 역할을 맞는다. <샤이닝>의 잭 토렌스, <미저리>의 폴 셸던, <다크 하프>의 테드와 같이 스티븐 킹 소설에는 늘 작가나 작가 지망생이 등장한다. 나대는 건 종특.

 

 

  3. 숨겨진 불륜과 리벤지
동네에서 가장 모범적인 부부로 평판이 좋고 청렴한 이미지를 가진 이들의 이면에는 불륜이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티븐 킹 소설에서 불륜이란 반전 매력 같은 것이다. 불륜의 대가는 죽음으로 채플웨이트의 목사 마틴도 오지랖 넓고 자애로운 줄만 알았던 그의 아내로부터 독살당한다.

 

 

 

 

  4. 부패한 종교인
스티븐 킹의 소설 대부분이 그렇듯이 목사나 신부와 같은 종교 지도자에 대해서 탐욕적이고 부패한 인물로 묘사한다. 그들을 따르는 특정 종교의 광신도에 대해서는 멍청한 외골수 경주마이자 눈먼 자들로 주인공의 대척점에 서게 한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헛된 믿음의 끝은 파국이다.

 

기독교 광신도 근본주의자인 <캐리>의 엄마 마가렛 화이트, 실체 없는 공포인 <미스트>의 광신도 빌런을 떠올려보면 채플웨이트의 마틴 목사는 그저 불륜이나 하는 사기꾼에 불과해 온건한 편에 속한다.

 

 

  5. 소수자의 반란
과거 사건으로부터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과 주류로부터 갖은 핍박과 배척당하던 소수자는 늘 반란에 성공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박해는 위대한 여정의 증거로서 채플웨이트의 하프 인종의 아이들, 개중에서도 구루병으로 인해 한쪽 다리가 불편한 둘째 딸 로아가 극의 중심으로 키맨 역할을 한다.

 

 

  6. 슈퍼내츄럴 맛집

하나의 사건에 다중의 실마리가 존재하고 요목조목 뜯어봐도 설명 가능한 설정은 좋은 시나리오의 덕목일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개연성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불필요하거나 납득 가능한 문제 그 이상의 놀라움과 패닉을 선사하고 싶다면 슈퍼내추럴 만한 것이 없다. 인간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불완전한 것들에 대한 공포심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컬트, 귀신, 미지의 세계, 광활한 우주와 같은 것이 그렇다.

 

스티븐 킹 소설에서 설명이 안될 때는 초자연으로 가는 편이다.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전후사정의 의문이 들지만 독자는 알 길이 없다. 설명할 수 없다면 설명 따위를 필요없게 만드는 전법으로 '초자연'을 들이대는 방식인데 채플웨이트에서도 찰스 분은 몇 가지 힌트와 초자연적 힘으로 악령의 서를 손쉽게 손에 넣게 된다.

 

 

 


  해리포터 죽음을 먹는 자들(Death Eaters)과의 유사성

채플웨이트 속 빌런은 언데드가 되길 희망하는 인간 식량 '언데드 추종자'와 뱀파이어 무리인 '언데드'로 구성되어 있다. 언데드는 기존 뱀파이어의 설정과 같이 빛과 십자가를 두려워하지만 언데드 추종자는 그저 죽지 않길 갈망하는 인간일 뿐이다.


예루살렘 롯 언데드 무리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악당 볼드모트와 그를 추종하는 죽음을 먹는 자들(Death Eaters)과 유사한 설정이다. 조앤 K. 롤링보다 스티븐 킹이 20년 먼저 발표했으나 이 드라마에서의 언데드 사령관 야곱의 비주얼과 눈 코가 사라진 야곱의 갓난 아들은 볼트모트와 유사점이 깊어 누가 봐도 의도했음을 알 수 있다.

 

 

 


에피소드당 몇천억을 투자해 시리즈 완결 당시 조 단위를 넘기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였던 해리포터 시리즈의 역대급 웅장함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채플웨이트의 빌런을 보고 있노라면 쓴웃음이 세어 나온다.

 

 

 

 

  과연 의도된 올드패션일까?


요즘 등장하는 웬만한 빌런들은 교활하고 악독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데다 영리하고 매력적이기까지 한데 비하면 <채플웨이트 피의 저택> 속 최고 빌런 야콥은 고전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뚜렷한 지향점만 획득하면 별다른 악의가 없어 보이는 모습에서 순진무구해 보이기까지 한다. 아니 아무리 원작이 발표된 지 40년 넘게 흘렀다 하지만 21세기인데 18세기풍 빌런은 심드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무슨 낭만주의 악당도 아니고.

 

채플웨이트는 나름의 고전미가 있긴 하다. 19세기 중반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아닌 간결한 등장인물보다도 간소한 할리우드식 세트, 허접한 빌런과 상투적인 사건 해결의 방식에서 클래식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 작품에서는 유래 없이 숭고하고 교훈적이기도 한 엔딩을 맞이한다. 이럴 거면 왜 19금 달았냐!

 

 

 

 

느린 전개보다도 인물들의 대사나 무브가 쳐지는 편이기도 한데 한마디로 박진감이 제로에 가깝다. 보통은 건장한 성인들이 때로 중무장해도 언데드 무리를 이겨낼 방도가 막막한데 고작 어린아이 셋과 찰스 분, 가정교사, 마을의 목사와 보안관이 전부이다 보니 액션씬에서 박진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짜친 액션씬에서 더욱이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라운 점은 악당치고는 몹시 조신하고 온건한 언데드 무리의 에티튜드에 있다. 언데드는 비폭력 주의자들인가? 레알 어이 털려서 껄껄 웃음. 

 

이 웃기는 드라마는 흐름과 관계없는 쓸데없는 장면들로 허송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야곱과 언데드 일당이 찰스 분이 찾아낸 악마의 서를 강취하기 위해 들이닥칠 위험에 놓이자 저택으로 마을의 목사를 퇴마사 요량으로 불러들이는데 밥부터 먹으라며 살림의 밑천인 큰딸에게 대접하라 명하는 아비의 어처구니없는 대사와 장면이 대표적이다. 해지기 직전이라 초를 다투는 상황인 데다 생사의 기로에 목도해있음에도 밥부터 매기고 보는데 한국세럼인 줄?? 이걸 코미디적 요소로 받아들여야 하나 시대상으로 해석해야 하나 동공에 지진이 왔다. 

 

느린 전개의 강점은 디테일이 살아있고 액자식 구성의 재미도 기대할 수 있으나 채플웨이트는 그런 거 개뿔 딱지 없이 그저 캐캐 묵은 느낌이다. 초심자가 만들었거나 노장이 만들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의도한 올드패션인지 찐으로 올드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는 말이다. 일단 뭐가 됐건 줜나 구림.

 

 

 

갭모에 오짐


  의외의 수확


이 구리구리한 작품에 의외로 발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거슨 애드리언 브로디의 핫바디였드랬다. 까 보면 뱀파이어물인데도 성적 코드가 1도 없는 브람 스토커식 흡혈귀판이라 심드렁하기 그지없으나 지루해질 만하면 애드리언 브로디가 에피소드마다 훌렁훌렁 벗어주어 그의 조각같은 흉통을 감상하는 재미로 끝까지 인내할 수 있었다.

 

내일 모래 반백살의 이 억울하게 생긴 oppa의 거대한 어깨와 흉통, 군살 하나 없는 쉐입은 참말로 찰졌다. 이것은 팬서비스용 드라마인 것인가. 연기파인 줄 알았는데 육체파인 것. 비상이다.

그로 인해 애드리언 브로디(찰스 분)를 너무 쉽게 떠나보내는 에밀리 햄프셔(레베카 모건)의 마음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음. 19금이라 찰스와 레베카 둘 사이에서 스파크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 집에는 아이들이 가득했고 청교도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씁쓸.. 

 

그 어떤 것보다 음습하고 진지한 척하는데 줜나 웃긴 이 드라마는 헤테로와 오지콤을 위한 애드리언 브로디 빙의물로 기억될 것이다. 스티븐 킹의 클리셰로 시작해 애드리언 브로디의 흉통으로 끝나는 본대 없는 글을 싸지르다니. 혼탁한 정신은 oppa의 흉통과 함께 이 페이지에 두고 가련다.

 

 

 

 

이쯤 되면 노렸다고 볼 수 있지. 반박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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