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의 일 #트위터인간과 인스타그램인간

 

 

 

마르타의 일, 2019

 

 

도서 마르타의 일

 

<체공녀 강주룡>으로 유명한 1989년생 작가 박서련이 펴낸 2019년 장편 추리소설

 

 

 

마르타의 일
줄거리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노량진 고시생 임수아에게는 연년생 여동생이 한 명 있다. 어릴 적부터 눈에 띄게 예쁜 외모로 주변의 관심을 독차지한 여동생 임경아. 어느 날 경아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지만 의문의 익명으로부터 경아의 죽음이 타살임을 알리는 메세지가 날아온다. 

미모의 '봉사녀'라고 알려지며 SNS 셀럽 임리아로 활약 중이던 동생 경아의 의문사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토리.

 

 

 

마르타의 일 등장인물 관계도

 

마르타의 일 등장인물


임수아 / 23세 / 취준생 / 주인공

 

√ 노량진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으로 원룸촌에서 생활한다. 

√ 어릴 적부터 똑 부러지고 월등하게 공부를 잘했지만 월등히 예쁜 여동생 경아와 비교당하면서 성장했다. 학교, 동네, 교회, 미용실에서까지 동생과 비교하는 사람들 때문에 성장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겪었다.

√ 지적 우월감이 있는 반면 경아에 대한 열등감과 결핍으로 인한 자격지심이 있다.

√ 부모의 경제적 지원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임고를 준비하며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었지만 동생의 사망 이후 그만두게 되었다.

√ 사건 추적 중에도 스터디 멤버를 모아 악착같이 공부를 한다.

 

 

임경아 (임리아) / 22세 / SNS 스타

 

√ '봉사녀'라는 타이틀로 알려진 SNS 셀럽으로 개명한 이름인 '임리아'로 활동한다. 

√ 어릴 적부터 사근사근하고 착한 성품과 예쁜 외모로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성장과정 내내 타인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자랐다.

√ 엄마를 따라 교회에 나가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상당히 열심히 했다. 그 덕에 봉사녀로 관심받고 유명해졌지만 악의적인 말, 뜬소문에 따른 불이익, 시기와 질투가 내내 따랐다.

 

 

 

카페 매니저

 

√ 석사까지 마쳤으나 노량진의 한 카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수아가 알바한 카페의 매니저.

√ 부모가 건물주로 경제적으로 풍족한 상황이다. 

√ 영리하고 눈치가 빠르다. 

√ 수아를 좋아해서 어떻게든 그녀를 돕길 자처한다.

 

 

 

악대

 

√ 고등학교 시절 약빤년에서 대학교에 가면서 약대년으로 진화했고 이후 제약회사에 취업한 임수아의 몇 안 되는 친구로 약에 관해서는 척척박사.

√ #리아야 사랑해 SNS상 해시태그 추모는 임리아의 죽음에 대해 털고 다닌 약대의 가벼운 입 때문이었다.


 

익명(윤명환)

 

√ 극 중에서 익명 또는 아저씨로 불리는 의문의 인물

√ 경아의 죽음에 대해 언니인 수아만큼이나 분노하고 있다. 

√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으나 경아에게 징그러울 만큼 집착을 보인다. 

 

 

 

래퍼

 

√ SNS 셀럽 임리아와 친분이 있는 무명의 래퍼

√ 경아와 맞팔관계의 인물로 추모글을 깔끔하게 올려 언니 수아의 눈에 띄었고 그의 글에 실수로 하트를 눌러 다이렉트 메세지를 받게 된다.

√ 경아(임리아)가 살아있다고 믿고 있다.

 

 

 

차해경 (이준서)

 

√ 무명에 가까운 배우로 차해경이라는 활동 명의 연예인. 본명은 이준서.

√ 전 교육감 후보였던 누구누구의 아들.

 

 

 

 

 

마르타의 일 서평
(스포일러 포함)

why, 사적복수여야 했나


형사나 탐정 소설과 같은 하드보일드물이 아니다 보니 수사물에서 복수까지 감행하려면 극 중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하고 주인공 시점에서 사적 복수는 어찌 보면 필연적이다. 하지만 '사적 복수'에는 설득과 개연성 문제가 남는데 이 작품은 시작부터 의뭉스럽다. 

낯선 사람이 사건의 진상을 알린다며 죽은 동생의 폰으로 사진을 보내오고 형사를 사칭하는 등 유가족에 접근해 수상한 행동을 일삼는데 주인공인 수아는 경찰에 알리지 않고 제멋대로 노선을 타버리는 장면에서 제대로 마가 뜬다.

 

 

 

 


우리나라 범죄 수사력이 세계적 수준이고 범인 검거율 또한 경이로운 수준에 달콤했는데 70년대 작품도 아니고 이 소설은 2019년작으로 배경 또한 동시대를 다루고 있음에도 앞날이 창창한 취준생이(그것도 공무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공권력을 깡그리 무시하고 사적 복수를 감행한다는 설정이 납득되지 않는다.


게다가 주인공 수아는 꽤나 영리하고 냉정한 사고가 가능한 인물로 쉽게 좌뇌가 발달한 타입이라는 설정인데 여동생인 피해자는 SNS 유명 셀럽이라 유족이 의문사를 제기한다면 언론 눈치보기 차원에서라도 경찰에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사안일 테고 이런 계산이 없이 의문의 남성 말만 믿고 시신을 화장을 해버린다던지 케이스 종결에 반발 없이 묻고 가는 모습이 의아하게 느껴지는 점.

경아가 비타민제로 속인 의문의 약, 겁박에 가까운 의료기록 확인, SNS 친구와 같은 관련 인물 조사 등 주인공이 나 홀로 고군분투했던 실마리 추적 과정 역시도 사실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고 이 정도 증거 수집에 경찰력이 개입되면 반나절만에 털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스스로 탐정 & 리벤저가 되길 자처하냐는 것이다. 

 

 

 

 


범인을 색출해도 입증이 막막하고 자살교사 및 방조죄의 형량이 적어 원한 해소가 불가피하니 사적복수를 감행하겠다, 적발 시 형량을 줄이기 위해 익명과 공범관계를 형성하겠다, 리벤지는 내 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겠다 정도라면 오히려 납득이 갔을 것이다. 

애초 아무것도 안 해보고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로 동생의 죽음에 의문점만 넘실대는 상황에서 사적복수를 꿈꾸고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숨기는 스토커와 라포 형성을 한다는 것인데 이준서를 꿰어 나올 때도 여러 목격자를 만들고 완전범죄를 꿈꾼다는 것 자체가 어안이 벙벙하다. 얘 혹시 바보인가? 에브리바디 개같이 멸망하는 것을 꿈꿨나?

파티 장소가 '서울 안에서도 손꼽히는 번화가지만 좁고 적막한 골목'이라는 설정인데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지 말라는 신중함은 보이지만 CCTV 걱정은 일절 하지 않는다는 것이 21세기에 납득 가능한 설정이 아니다.

요즘은 자동차 블랙박스랑 CCTV로 모든 걸 수사해서 완전범죄가 어려운데 심지어 뺑소니 당해 길거리에서 사망했음에도 그것도 전 교육감 후보의 아들이 의문사했는데 뒤가 구린 데다 약에 취해 사생활에 문제가 있는 인물이니 덮고 간다는 뉘앙스는 공권력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이야기. 대한민국 경찰은 뺑소니 사건이나 의문사에 대해 절대 좌시하지 않는다.

 

 

 

 

 

결국 추적당해 이름 모를 누군가로부터 운동화를 받는 것으로 결말이 나지만 이런 엉성한 범죄 덕분에 추적 당해 빌미가 잡혔다는 설정이라기보다 소설 내내 지적 허영심을 부리는 주인공의 댕청함 증명, 우매함을 입증하려는 결말인지 대체 이 감각이 뭔지를 잘 모르겠다. 

취업에 진심인 거 치고는 너무 앞뒤 재지 않는 급발진에 당황스러울 따름...

 

 

 

 

 

생동감 넘치는 동시대성

 

추리면에서 협소한 느낌을 받았다면 K장녀, 공시생, 동성애, 그리고 카페인 우울증과 소셜미디어의 폐해와 같은 MZ세대가 느끼는 넓은 범위에서의 사회 조망에 있어서는 내용이 상당히 풍성했다.

동생이 죽고 복수를 하려는 마당에 시험과 면접에 목을 매는 공시생의 모습이 인격장애 캐릭터가 분한 과한 설정이라기보다 현시대의 절박함이 느껴져서 오히려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맏딸로서 부모의 자랑이 되기 위해, 또한 부모의 짐을 덜기 위해 물밑에서 쉼 없이 발을 저으면서 감내하는 모습과 기대에 부흥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가득 차 있으나 늘 비교당하기 일쑤에 동생만 챙기는 부모에게 실망하면서도 관계를 놓지 못하고 인정 욕구가 뻐렁치는 K장녀의 꼬인 자아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소설에서 다룬 카페인 우울증과 소셜미디어의 폐해가 지구촌의 문제라면 예쁜 얼굴 하나로 꿀 빠는 것만 같은 동생 경아를 시기 질투하면서도 피붙이로서 맏이로서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 K장녀 수아의 숙명은 한국 고유의 문화적 특질에 가깝다. 

엄연히 말해 삭막한 성격 형성이나 비판적 사고, 무뚝뚝함, 애정결핍의 기인은 부모와 환경 탓이지만 곧이곧대로 속내를 표출하면 위로받는 것이 아니라 꾸지람으로 돌아올 뿐이다. 주인공인 수아 역시도 이를 잘 알고 있고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분노의 문장을 삭히고 갖갖으로 내려보낸다. 살림의 밑천이지만 권위만 쏙 빠진 집안의 기둥으로 독립이나 결혼을 통해 집을 탈출하기 전까지 K장녀는 차분하게 돌아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난 전개로 카페 매니저로 레즈비언 캐릭터가 등장하고 적극적인 방식의 구애 장면이 나오는데 다소 낯선 코드로 느껴질 수 있지만 MZ세대, 특히 Z세대는 전세대보다 좀 더 자연스럽게 성소수자에 대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소설은 그러한 세대적 흐름에 대해 구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수아는 마치 트위터인간, 경아(리아)는 인스타인간으로 대변되는 느낌이었다.

공시생 및 취준생의 고충, 레즈비언과 성소수자 담론, 피씨주의, 한국사회 비관론, K장녀, 사회 실태 고발, 불행 전시, 염세주의, 일탈 같은 것이 트위터 전반의 흐름인 반면에 인플루언서의 화려한 일상, 명품 플렉스, 관음적 게시물과 관종, 행복과 힐링 전시, 타인의 반응에 대한 민감성, 시기와 질투, 열패감에 대한 것은 보통 인스타그램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인스타: 내 남친 좀 봐봐 / 트위터: 왜 난 남친 안 생겨

 

 

학창 시절 전교 1등이었지만 임용고시를 준비에 빠듯한 노량진의 취준생, 애매하게 알려진 탓에 빠보다 까가 많은 예쁘장한 인플루언서, 석사 타이틀을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서비스업 종사자 카페 매니저, 노래보다 인스타로 알려진 무명 래퍼, 타인의 삶을 파괴하면서까지 유명세를 얻고 싶어 안달 난 약쟁이 무명 배우, 22세 여성 봉사자에게 흑심을 품고 스토킹 하는 아저씨이자 장애인이자 복지시설 종사자. (대체 몇 쿠션..)

추리에서 마가 뜨는데도 닿을 수 없는 먼 세상 이야기가 아닌 입체적이고 현실감 있는 인물 배치는 동시대가 공감할만한 인간군상의 향연이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