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러브레터 #추억은 (의도적으로) 다르게 적힌다 #야도노 카호루

 

 

 

ルビンの壺が割れた

 

 

도서 기묘한 러브레터

 

 

한때 연인으로 결혼을 약속했던 두 사람.. 시간은 30년이 흐르고 중년에 접어든 남자는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과거 연인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안부와 추억이 담긴 메세지를 전송하게 되는데... 결혼식 당일 사라진 신부, 30년 만에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과 충격적 진실

 

 

 

기묘한 러브레터 작가

 

 

슈쿠노 카호루 (야도노 카호루) / 宿野かほる(ヤドノカホル)
2017년 <기묘한 러브레터>가 데뷔작인 복면작가로 무엇하나 알려진 바가 없다. 원제목은 루빈의 꽃병(항아리)은 깨졌다(ルビン の壺が割れた)

 

 

 

 

 

기묘한 러브레터 등장인물

 

 

  『 러브레터의 주인공 』

 

미즈타니 가즈마

 

ㆍ30년 만에 안부를 묻는 50대 중년 남자
대학시절 연극부 부장
현재는 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암 선고를 받았다.

 

 

다시로 미호코 (유키 미호코)

 

답장의 주인공
ㆍ28년 전 실종된 미즈타니의 여자친구
연극부 부원이자 천재적인 연기력을 가졌던 신입생 
현재는 중학생인 딸을 키우고 있다. 

 

 

 

기묘한 러브레터 인물관계도

 


  『 30년 전 도쿄 한 대학의 연극부 

 

다카오

 

연극부의 차장
미호코의 동급생이자 요코하마 고등학교 동창

 

 

미야와키

 

연극부 연출 보조
과거 미즈타니가 의지했던 친구

 

 

고야마 노리코

 

ㆍ주연 자리를 놓고 미호코와 라이벌 관계에 있던 여배우

 

 

세야마 에미

 

미호코의 동급생
미즈타니에게 비밀을 털어놓은 친구

 

 

야시로 고조

 

루빈의 꽃병은 깨졌다 연극의 스폰서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자산가로 연극부에 5천만 엔을 투자한다.

 

 


  『 30년 전 미즈타니의 가족 

 

하마마쓰의 고모부

 

아버지 여동생의 전남편, 고모와는 이혼한 사이
열다섯에 부모를 잃은 마즈타니를 양자로 거둔다.
하마마쓰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을 경영한다. 

 

 

아주머니

 

고모부의 재혼 상대
스페인 사람인 전남편과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유코의 모친

 

 

유코

 

ㆍ세 살 아래의 사촌 여동생
미즈타니의 약혼녀

 

 

 

 

기묘한 러브레터 서평
(스포일러 포함)

 

 

추억은 (의도적으로) 다르게 적힌다

 

오십 대 중반에 접어든 중년 남성 미즈타니 가즈마는 페이스북에서 대학시절 연인 관계였던 다시로 미호코로 추정되는 여성을 발견하게 되고 지금은 '유키 미호코'가 된 그녀에게 메세지를 전송하는 것으로 극은 시작된다. 

메세지에는 자신의 안부와 근황이 담겨있는 동시에 상대에 대한 반가움과 걱정, 뜬금없이 연락한 것에 대한 겸연쩍은 심정, 현재 근황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모습이 비치고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자신처럼 중년이 된 상대에 대한 예우로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내색도 눌러 담으며 따뜻하고 예의 있게 그려진다.

반면, 답신을 여러 번 고사하다 결국 자신의 소식을 전하게 된 미호코는 미즈타니의 태도처럼 예의 바른 인사를 건네게 되지만 메이와쿠 태도(민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경향)와는 별개의 거리감으로 이질감이 녹아있고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십벌지목 끝에 옛 연인에게 답신을 받아낸 마즈타니는 한껏 들떠 본격적으로 추팔에 열을 올리며 폭주하기 시작하는데 기나긴 장문의 답장으로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독자로 하여금 유추할 수 있도록 한다. 

메세지는 주고받는 형태이지만 작가는 의도적으로 미호코의 입장보다 마즈타니 입장을 주된 관점으로 과거 이야기를 서술해 나감으로써 그의 시선과 관점에 치우쳐 사건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런 일방적이고 편향된 정보는 추리물에서 흔한 서술트릭으로 반전의 묘미를 위해 오인하게 만들려는 목적성을 지닌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라는 노래 가사처럼 중년 남녀의 장밋빛 회고는 젊은 시절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에서 오는 므두셀라 증후군의 낭만적 공유가 아닌 자신을 불현듯 떠난 상대에 대한 30년 묵은 책망과 복수를 위해 개인정보를 알아내려는 집요하고 간악한 술수였으니 로맨스릴러에서 장르가 갑분 도시괴담이 되면서 산통을 제대로 깨버린다.

 

 

 

 

자의식과잉 설정이 의도된 것이라면?

 

훌륭한 연출가이자 각본가이면서도 장인정신이 투철하여 상업적 성공보다 예술 본연을 추구하는 바람에 세상 물정 몰랐다는 식으로 풋내기 시절 순수한 예술혼을 가졌던 인물로 올려치기를 시도하고 학창 시절 내내 공부를 잘해 1등이었고 영리하고 매력적이었으므로 아름답고 이국적인 사촌 여동생마저 자신을 흠모하여 어쩔 수 없이 양부모의 뜻에 따라 약혼을 맺었다는 '본인피셜 주장들'

지 자랑 같아서 내키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계속해서 주절대는 자기자랑 대잔치.. 넘실대는 자의식은 일본 컬처 특유의 할리퀸스러우면서도 유치한 소년만화처럼 겁나 오글대 견디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한다.

 

이 정도면 도라이인 것을 눈치채게 되는데 이와 같은 소년만화식 근성이 또 J에서는 흔한 세팅값이기 때문에 굳은 표정으로 내내 시달리게 만드는 것은 작가의 변태적인 악취미라 본다. 고통의 미학인 것인가. 𝙎𝙄𝘽𝘼𝙇 𝙎𝙄𝘽𝘼𝙇 𝙎𝙄𝘽𝘼𝙇

 

 

 

 


이렇듯 숨 쉬듯 에바인 자의식과잉이 투영된 도제화 닝겐인 '나'님을 추억하는 안물안궁 에피소드를 줄줄이 나열한 것은 
결국, 전형적인 쌍년서사에 도달하기 위함으로 '너 (과거에) 나한테 왜 그랬니?' 이 말이 하고 싶어서 돌고 돌아 2년 반이 걸린다.

찌질추팔남의 구구절절한 데다 일방적인 쌍년서사는 <500일의 썸머>나 <건축학개론>에서도 절실히 느낀 바, 쌍년으로 지목된 이의 입장도 들어봐야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지목된 당사자 미호코의 입장이 극의 백미이자 반전의 핵심이지만 악명을 떨치지 못한 채 망령처럼 쌍년롤은 고대로 유지되면서도 급발진해버려 사람을 일순간 벙찌게 만들어 버린다. 파격적이지만 난해한 결말인 것.

 

장황하게 늘어놓는 마즈타니의 과거 이야기 중, 특히 하마마쓰의 고모부 가족과 또 다른 쌍년서사의 히로인 유키와의 에피소드가 관음적 시선으로 집요하게 전시되는데 회수는 다소 흐지부지한 편이다. 

이게 마즈타니의 소시오패스 같은 면모, 남 탓만 하고 살아온 인생, 편협한 정보를 부풀려 자기중심적으로 전달하려고 드는 인물 특성에 걸맞게 '캐릭터의 맛'을 살리기 위한 설정이었는지 아니면 극적인 재미 추구를 위해 유키 한 사람만을 희생자로 두기엔 다소 심심한 결말이라 무리수를 둔 것인지 좀 아리송한 대목인 것. 

이 소설이 관통하는 주제는 '결혼식 당일, 신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이유'로 결말이 붕 뜨는 느낌을 주는 것은 결과에 도달하기 이전까지 온갖 떡밥 회수를 노렸으나 완전한 별도의 사건으로 반전을 주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캐릭터의 맛'을 위한 거라면 납득 가능한 설정으로 타당성을 획득하게 되지만 but, 머리핀 사건에 대한 어나더 스토리가 궁금해 미춰버리겠는건 어쩔 도리 없어버림..

 

 

 


자기자랑봇에 종일 시달린 데다 교도소에서 가석방된 무기징역수의 소름 끼치는 집착과 자기변명 릴레이, 주요 인물이 전부 음침한 캐릭터들이라 여러모로 찝찝한 기분이 들고 피로가 몰려오지만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만한 재밌는 추리소설이라 생각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기묘한 러브레터>라는 댕청한 자체스포 한국판 제목보다 비뚤어진 여성관과 지배욕구가 드러나는 <루빈의 꽃병은 깨졌다>라는 원제목이 와닿을 것이다. 제목에 걸맞게 미즈타니 연극 대본 내용이 액자식 구성으로 풍성하게 들어갔으면 좀 더 갓벽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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